28 February 2026
Robots Being Loved—3.너의 이름은
이름은 중요하다. 대상이 어떤 캐릭터인지, 어떤 이미지를 가졌는지, 그리고 어떻게 기억될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나는 내 블로그에 Chill한 일상 이야기와 Robot 이야기를 담고 싶어서 그 줄임말로 ‘칠봇’이라고 지었다. (딱히 좋은 이름은 아닌 것 같다. 주변에 기억하는 친구들이 없었다.)
‘로봇’이라는 단어의 유래를 살펴보면 이 이름의 무게가 선명해진다. 이 단어는 1920년 체코 작가 카렐 차페크의 희곡 《R.U.R.》에서 처음 등장했다. 강제 노동을 뜻하는 체코어 ‘robota’에서 온 만큼, 처음부터 로봇은 인간을 대신해 일하는 존재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초기 로봇의 이름은 대부분 기계 코드 형태였다. 대표적인 예가 《스타워즈》(1977)의 R2-D2와 C-3PO다. 문자와 숫자가 섞인 이름은 산업 제품이나 군사 장비를 연상시키며, 영화 속에서도 이들은 하나의 드로이드 모델처럼 취급된다. 비슷한 시기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의 인공지능 HAL 9000 역시 모델 번호 같은 이름을 가졌다. 당시 로봇은 어디까지나 차가운 ‘기계’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로봇의 이름도 변하기 시작했다. Johnny 5, WALL-E, Baymax 같은 이름은 예전의 코드형 이름보다 발음하기 쉽고 기억하기도 좋다. 기술적 모델명이라기보다 하나의 캐릭터 이름처럼 들린다.
예를 들어 《쇼트 서킷》(1986)의 Johnny 5는 원래 군사용 로봇이었으나, 사고로 자아를 갖게 되며 모델 번호가 아닌 사람 같은 이름으로 불린다. 《월-E》(2008) 또한 복잡한 약자(Waste Allocation Load Lifter – Earth Class)를 가졌지만, ‘월이’라는 친숙한 발음 덕분에 캐릭터로 각인되었다. 《빅 히어로》(2014)의 Baymax나 《인터스텔라》(2014)의 TARS 역시 부드럽고 단순한 어감으로 로봇의 성격과 외형을 대변한다.
이러한 변화는 현실 세계에서도 나타난다. 2000년대 초반 혼다의 ASIMO나 윌로우 개러지의 PR2는 여전히 기술적 약칭을 사용했지만, 최근의 로봇들은 훨씬 친근하다. 소프트뱅크의 Pepper(2014)나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Spot(2019)은 캐릭터 이름이나 제품 브랜드처럼 들린다.
초기의 로봇이 단순한 기계 장치였다면, 오늘날의 로봇은 인공지능과 상호작용 능력을 갖춘 존재로 진화하고 있다. 로봇이 함께 일하고 대화하는 동료가 되면서 이름도 점점 인간적인 방향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결국 로봇 이름의 역사는 인간이 로봇을 바라보는 방식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이다.
차가운 Robota에서 따뜻한 Pepper로 변하기까지, 로봇과 우리의 거리도 조금씩 가까워졌는지도 모른다.
앞으로 로봇의 이름은 또 어떻게 변화해 나갈까. 그리고 언젠가 우리는 로봇에게 이렇게 말을 걸게 될지도 모른다.
너의 이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