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January 2026
Robots Being Loved—1.시선을 붙드는 것
첫 번째 주인공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로봇, 월-E(WALL·E)다.
정식 명칭은 ‘지구 폐기물 수거 처리용 로봇(Waste Allocation Load Lifter: Earth-Class)’.
이름처럼 월-E의 역할은 단순하다. 쓰레기를 수거해 큐브 형태로 압축하는 것이 전부다. 게다가 영화의 초반 약 40분 동안은 대사가 거의 없다. 그럼에도 이야기가 끝날 무렵이면 우리는 이 로봇에게 애정을 느끼게 된다.
대학생 시절 산업디자인과의 드로잉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당시 기말시험의 주제가 월-E였다. 채점이 끝난 후, 조교님은 오피스 앞에 1, 2, 3등 작업을 붙여 두셨다. 로봇의 작동 구조를 중심으로 그린 내 그림은 2등을 했고, “카탈로그 같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위에는 우리를 바라보는 월-E의 그림이 붙어 있었는데, “Beautiful eyes.” 라는 코멘트가 적혀 있었다. 무엇이 사람들의 시선을 붙드는지 그때 알게 되었다.
요즘 로봇들은 인간도 하기 어려운 동작을 수행한다. 파쿠르를 하고, 공장에서 무거운 짐을 나르고, 정교한 움직임을 시연한다. 벌써 댓글에는 “저건 이미 보았으니, 다른 기능도 보여 달라”는 말이 달린다. 완벽한 기능이 늘 오래 기억되는 것은 아닌 듯하다.
물론 엔지니어로서 나는 계속 더 정확하고 더 안정적인 시스템을 만들 것이다. 다만 그것만으로 충분하지는 않다. 완벽한 것들 사이에 사람들이 멈추는 지점은 따로 있다. 월-E의 눈이 그렇다. 폐기물을 처리하던 기계에서 선명한 표정을 보게 되었을 때, 우리는 쉽게 지나치지 못했다.
오늘의 표지는 그 로봇처럼 조금 처진 눈을 그려 보았다.
이런 눈동자에 사람들이 눈길을 주기 마련이니까. 혹시 당신도 잠시 시선을 두었는지.